*마다가스카 시리즈
잠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몸에 감기는 이불도, 머리를 대면 거의 절반이 꺼져 버리는 푹신한 베개도, 화려한 야경과 카지노도 그의 흥미를 당기지는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여행에서의 재미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에 흥미를 둔 적이 없었는데, 당장 생각해도 머리에 약 다섯 개의 단어인 원소가 떠오르는 그 집합은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그들에겐.
대신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우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범주를 좁히자면, 넷의 체계 안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그의 윗사람과 자신이. 둘은 군인이었지만 동시에 관리자와 개발자였으며 다른 이들에게 불리길 지휘관과 부관이었다. 그 많은 호칭 속에서도 마음의 빈자리에 딱 들어맞는 이름은 없었는데, 그것은 두 사람 서로의 무관심이나 서먹한 관계의 탓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생각이 이유였다. 아니, 옳은 생각일까. 요즘 들어서는 옳은 일을 해도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고 잘못된 생각을 해도 옳은 것처럼 고려되니 말이었다.
돈다발을 세었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생활을 누렸다. 5성급 호텔, 남부럽지 않은 식사, 금과 보석을 실은 비행기, 그리고 최고급 카지노. 이 모든 것은 생활의 기본이 된 지 오래였다. 지금 저를 죽이는 것은 제 감정이지만 그것은 저를 살아가게도 합니다. 생각에 잠은 그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달아난 지 오래였지만 꿈인 듯 계속해서 밀려드는 생각은 이유를 찾게 했다. 저를 끝없이 물속으로 밀어 넣는 것은 당신이지만 당신은 제가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을 원하도록 만듭니다. 더 이상 불이 붙지 않는 엔진마냥 그의 사고를 어지럽게 흩뜨려놓지만 며칠 단위로 나라를 갈아타며 다른 곳에 체크인하는 것보다는 조용한 도시의 강이 잘 보이는 곳에 두 사람만이, 정착하는 것을, 뒤처리보다는 앞가림을 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더 생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희망이었다. 상대의 사랑은 느껴졌지만 그것은 그와 같은 종류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 그러니까 진실을 생각할 때면 심장의 한 구석이 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어떤 상황이 오든 상관없이 같았다. 정글에서 나무덩굴이 움직이며 시시각각 위치가 달라져도 그 덩굴을 뻗은 나무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그는 문득 어떤 생각을 하고 턱을 괴며 생각하던 탁상에서 일어났다. 한 쪽 구석에 몰아 둔 돈다발을 전부 가져다 벽난로에 넣었다. 그 때가 오면 그냥 벽난로가 아니라 페치카를 쓸 수 있겠지. 연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여 고안해 내면 될 것이다. 불길에 흩날리다 이내 장작에 가라앉은 의미 없는 종이들을 코왈스키는 미묘한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불이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 것이 공교롭게도 별의 핵반응이 생각이 났다. 실상은 아주 다르지만. 지겹도록 만질 수 있는 우라늄 238을 사용하는 핵융합 원자로보단 벽난로를 보며 별을 생각하는 것이 낫다. 타오르는 종잇조각을 보면서 그는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런 생활도 좋지만, 가끔은 같이 별이 잘 보이는 풀밭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별을 세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기도라도 할 수 있겠군요.”
Everything that kills me makes me feel alive
작업곡
OneRepublic-Counting Stars
Philip Glass-Symphony No. 11 Movement Ⅰ
'마펭 >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다멍님의 무비버전 코왈스킵 (0) | 2020.06.07 |
---|---|
한스스킵 카페인 (0) | 2019.08.05 |
SUITE ALONE (0) | 2019.05.07 |
휴식에 관하여 (0) | 2019.02.12 |
조각글 모음 (0) | 2019.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