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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재활 5

2018. 11. 4.

181104

오늘은 공들인 정도에 따라 고쳐보기로

1. 회지

올캐러

“10-13, 지원 요청. 어퍼 이스트 사이드 74번가에서 시신 발견.”

 

스키퍼는 잡음이 섞인 수화기를 놓고 일어섰다. 오늘 저녁도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글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는 시체들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코트를 걸치고 최대한 빨리 뛰어나간다. 19201. 뉴욕은 흐린 데다 눈발이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그는 주위에 있는 경관들에게 폴리스 라인을 치라고 지시한다. 옷차림으로 봐선 이런 길에서 나자빠져 죽을 양반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옷감으로 봐선 오히려 길을 전세내고 다니는 편에 가까웠다. 총을 팔거나, 마약을 팔거나, 누굴 죽이거나, 아니면 술을 팔면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술을 파는 것은 길을 전세 낼 정도로 권력을 행사하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망할 단체들, 이름이 뭐였더라, 안티살롱 동맹이랑 여성기독교금주연맹이었지 아마, 이름도 뭐 그따위로 지은 건지. 그것들은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연방 의회를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놈의 독일인에 대한 반감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스키퍼의 조국은 알코올 음료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번성한 도시 뉴욕이라고 해서 그 법안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지고 있는 아니었다. 작년 이 달 16일 이후로 그는 집에 남은 맥주와 위스키 몇 병을 애지중지하게 되었다. 웃긴 것은, 금주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지금처럼 이렇게 길바닥에서 쓰러져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게 된 것이다. 법이 사람을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나?경찰인 스키퍼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경관들은 현장을 둘러 싼 테이프를 붙이고 주위에 있는 집들의 문을 두드리느라 바빴다. 저 멀리 검시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오전에만 열 몇 구의 시신을 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 이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면 뉴욕 시민들이 사실은 전부 알코올 중독자였거나. 스키퍼는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수첩을 들고 시체에 가까이 다가간다. 펜으로 얼굴을 가리는 코트 깃을 치우고 나자 얼굴이 확실하게 보였다. 반쯤 눈에 파묻히긴 했어도 그가 아는 얼굴이었다. 스키퍼는 평범한 경찰이었지만, 불법적인 행위를 찾아서 단속하는 데에 는 귀신같은 재능이 있었으므로 불법 주류 단속 업무 또한 동료들의 만장일치로 맡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몇 군데의 술집에 가서 앉아 있었는데, 얼굴을 눈에 묻고 있는 사람은 그가 마지막으로 갔던, 폐업은커녕 더 사람들이 몰리는 술집의 주인장 되는 사람이었다. 리치몬드 앨런. A.K.A. Big Al. 바텐더를 여러 해 동안 하다가 금주법 시행 전에도 잘나가는 술집인 Real Al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물론 술집만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거물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지만, 어떤 뒷세계 조직으로부터 자금을 얻어 내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면서 별명 앞에 'Big‘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다는 설이 정설이었다. 경찰들 또한 그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만으로 데려다 심문을 할 수는 없는 법이었고, 그 뒷세계 조직이 실제로 있다면 그쪽을 파 보는 것이 명성과 보너스를 더 얻는 길이었다. 물론 지금은 스피키지(Speakeasy:금주법 시대에 몰래 영업하던 술집) 운영자가 되어 버렸지만. 스키퍼 본인이 손님인 척 들어가 배지를 내보이며 단속하는 바람이 그 지점은 폐쇄되었다. 하지만 그의 밀주 단속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작자는 분명히 여러 군데에 그런 식으로 밀주를 파는 장소를 만들어 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왜 이런 사람이 한겨울 길바닥에 볼썽사납게 죽어 있는 거지? 스키퍼는 쭈그렸던 다리를 펴서 일어섰다. 그리고 경관들 덕에 어느 정도 사람들이 물러간 현장의 상태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이름, 리치몬드 앨런. 밀주 판매점 운영자. 눈이 몸 위에 얼마 덮이지 않은 것으로 봐선 거리에 오래 있지는 않았던 것 같음. 목격자 없음. 최초 신고자 순찰 돌던 스미스 순경. 주위에 다른 사람의 발자국은 찍히지 않음. 수첩을 덮고, 오늘따라 늦는 현장 감식반을 기다린다. 눈은 계속 올 것처럼 보였다.

현장 감식반이 오고 나서 시체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필요한 증거물을 채취하고 난 후 그는 난감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가 본 거리의 죽어 있던 부랑자들처럼-분명히 알코올 중독자들이 분명했다-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현장에서 독극물의 종류가 분명하게 판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들이 일련으로 일어난 시기의 뉴욕 경찰은 누구나 같은 결론을 추측할 것이다. 빅 앨도 과음으로 인한 사망자들의 연장선상에 들어가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리치몬드 그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명색이 술집 주인인데 이참에 술이나 한 번 마셔 볼까?”하고 한 상자를 전부 들이키지 않은 이상. 스키퍼는 한숨을 내쉬며 현장을 나와 관할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화를 들어 검시실의 번호를 누른다.

 


2. 로그

한스스킵

참 나. 일을 그렇게 만든 건 자네잖아. 그렇게 해 놓고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되나?”

스키퍼.”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보지? 그렇게 변명할 거리가 많나? 이제 내가 자네한텐 없는 걸 가지고 있는 꼴은 못 보겠다 이건가? 명예도, 소속도, 경력도, 팀도? 애초에 자네를 지금 이렇게 만든게 누군지 생각을 해 봐야지.”

내가 그런 걸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이나? 나는 단지-”

더 들을 것도 없네. 내가 아직도 자네 손에 놀아나는 것처럼 보이나? 난 자네한테 속아준 거지, 속은 게 아니야.”

 

3. 약간 공들인 것

크오

코왈스키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도서관은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이면서 지루함을 최대로 높여주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적합한 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선택과 뇌 회로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그는 읽던 <Why Choose This Book>을 내려놓고 컴퓨터로 향했다. 키보드에 손을 올린 그는 도서관 사이트의 검색창에 ‘DK The Natural Histroy Book'이라고 쳤다. 그리고 이내 뜬 청구기호를 살피고 508 N을 찾으러 500SCIENCE 서가에 들어갔다. 물론 그가 읽던 책을 다시 꽂아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쪽 서가는 그가 자주 들르던 곳이라 아주 익숙했기 때문에 큰 백과사전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는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책을 내려놓았다. 책의 무게 때문에 책상이 비명을 질러 그를 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에 상관없이 그는 식물 페이지로 들어가 찾아야 할 것을 찾고 있었다. 이내 그는 손을 멈추었다. 아주까리(Ricinus communis L.). 그는 이 씨앗에 리신이 들어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세포 속의 리보솜을 분해하거나 절단시켜 체내 단백질 합성을 못 하게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 그리고 며칠 전 받아 본 부검 결과에서도 발견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스키퍼는 부검 결과서의 어려운 용어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코왈스키는 그 단어를 풀어 간단하게 설명했다. “아마도 아주까리 씨앗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스키퍼는 아직 랩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스키퍼도 DK 백과사전 시리즈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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