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을 좀 보실 필요가 있으세요, 던의 말은 그랬다. 맥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던을 보면서 답했었다.
“실험실은 한 쪽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고 랩은 높은 층에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하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열심히 보게 된다네.”
그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그건 너무 슬프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그 말을 이후로 그는 한참 말이 없더니 다시 그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밤에 시간이 되실 때에, 그리고 그 시간을 제게 기꺼이 할애해 주실 마음이 생기셨을 때 제게 한 번만 알려주세요.”
그래서 맥은 그렇게 했다. 아직 그의 할 일 목록에는 AFIS 결과를 확인하고 총알의 파쇄된 모양을 맞추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은 린지와 대니가 각각 맡아서 해도 되었다. 물론 맥 테일러는 아무에게나 귀찮은 분석을 미루는 악덕 상사가 아니었다. 린지와 대니는 어느 한 쪽만 집에 가기보다는 차라리 랩에서 데이트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두 사람도 야경을 구경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는 일을 각각 미뤄주고 바깥이 어두워졌을 때 정장 자켓을 챙겨서 일어섰다. 오늘은 독립 기념일의 전날이었지만 독립 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범죄자들은 자기가 옳다 맨해튼 곳곳에서 활개쳤고 그래서 랩은 쉴 수 없었다. 맥은 점심 때 달력의 날짜를 가만히 보다가 불꽃놀이가 근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쩐지 오늘만큼은 그것을 그의 사무실 통유리 너머로 구경하고 싶진 않았다. 던은 혹시 이 날을 벼르고 있으셨던 것은 아니느냐고 문자 메시지 너머로 농담을 했다.
두 사람의 장소는 웃기게도 NYPD 지구대 청사의 옥상이었다. 그래, 던도 그와 비슷한 처지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이제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그의 남은 잡다한 서류처리를 넘길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맥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던은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맥에게 그렇게 말해 주었다. 카슨이 형사님 자기만 불꽃놀이 보러 가시는 거냐고 우는 소리를 냈다니까요, 진짜 그 덩치로 그러는 게 징그러워 보이는 건 아나 모르겠어요, 자네 아주 악덕 상사가 다 되었구만, 맥은 던의 뒤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그렇게 덧붙였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저도 대니한테 들은 게 있는데-”
“알겠네. 그 점에서 우린 아주 판박이지, 잘 했어.”
넓은 옥상에는 재떨이나, 앉을 수 있는 긴 나무 의자를 제외하면 케이블 전선이 가끔 지나가고 있을 뿐 별다른 것이 없었다. 던은 언제 사 온 건지 캔맥주를 그에게 하나 건넸다. 조금 있다 자정이 되면 아마 저쪽에서부터 빨갛고 파란 불꽃놀이가 펑펑 소리를 내며 시작할 것이었다. 던은 문자로 하던 이야기를 계속 했다. 맥은 그의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그는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랩에서 보는 것만큼의 경치는 아니어도 근무 중에 보는 것보다는 공식적으로 퇴근한 상태에서 마주하는 뉴욕의 밤이 훨씬 아름답지 않냐는 의견을 내었다. 맥은 잠시 생각하다 그에 동의했다. 불을 환하게 한 네온사인들, 지금도 각자의 할 일을 찾아 하면서 켜져 있는 여러 회사와 식당, 그리고 작업장의 실내 조명들, 저들과 같이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아직 자지 않고 텔레비전을 켜고 기다리고 있을 집의 형광등이 다양한 위치에서 빛나면서 어둠과 함께 윤곽을 드러내는 뉴욕. 그 광경은 사실 어디에서 보아도 아름다웠으며 사실 그 도시가 여전히 불을 밝힐 수 있도록 남들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일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더욱 특별했다. 열두 시가 어느새 되고 시내 중심부로부터 멀찍이 들리는 함성소리와 함께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공기를 가르면서 내는 소리와 함께 서로 다른 모양으로 꽃처럼 피어 터지는 불꽃은 잠시 두 사람이 대화를 잊고 그것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맥은 그걸 한참 보다가 맥주를 입에 대면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것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내 사무실의 각도에서는 안 보였겠군.”
던도 어느새 불꽃놀이에서 시선을 떼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미소는 덤이었다.
“그냥 좋다고 하셔도 돼요.”
맥은 픽 웃었다. 던은 자신이 오래도록 숨겨 놓았다가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러 돼지저금통을 깬 아이처럼 의기양양해 있었다. 그도 오래도록 때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맥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 자네랑 같이 있으니 더 좋군.
소재는 포말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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