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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왈스킵 장미

2017. 5. 14.

거리 사이로 빨간 꽃이 피어났다. 몇몇은 일찍 핀 탓에 꽃잎이 벌어져 잘 보이지 않는 암술과 수술을 보이고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창 피어나는 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꽃은 그저 식물의 성장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할 것 같이 생긴 사람에게도 아름다움을 전했다. 한 장 한 장 겹친 꽃잎 가득히 새겨진 붉은 빛에 자신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색깔은 누가 보아도 5월에 잘 어울린다고 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어느 날 대장이 매었던 붉은 넥타이가 생각 외로 잘 어울렸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멈춰 선 발걸음은 어느 꽃집의 담장을 타고 덩굴손을 뻗은 장미의 앞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좋아하는 꽃을 굳이 꼽아보라고 한다면 붉은 장미라 말할 수 있겠다고 항상 생각해 오던 그였고 장미의 계절이 돌아왔을 때 그의 눈길을 빼앗은 것 역시 붉은 장미였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꽃집의 아가씨에게 다발이 얼마인지를 물어보고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의 손엔 분홍빛 포장지로 곱게 싸인 장미 다발이 들려 있었다. 누군가가 보면 꼭 데이트를 신청하러 가는 연인과 같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다발을 어찌하지 못했다. 기지의 대장은 꽃을 보더니 어디에 놓을 거냐고 물었다. 놓을 것이 아니라는 말에 그는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만큼이나 샀냐는 말을 꺼냈다. 코왈스키는 다발을 슬슬 뒤로 숨기기 시작했다. 아니, 저는. 박자를 뗀 말은 끝맺지 못하였다. 붉은 장미가 무얼 뜻하는지, 그리고 그 다발은 또 무엇을 뜻하는지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꽃말은 지금 그의 감정에 붙은 꼬리표가 되었고 그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이 느낌을 표현하는 기호 역시 붉은 빛을 띨 것이었다. 그는 쓴 마음을 삼키면서 다발에서 한 송이만을 빼내어 긴 꽃병에 꽂았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오늘이 로즈데이라고 하더군요. 대장은 의외로 그 말에 수긍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리고 장미 한 송이는 삶에 같이 있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뜻이라고 했고요. 그는 한 송이가 빠진 다발을 뒤로 돌렸다. 한 송이의 뜻이 새로 생겼고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 중 아주 약한 의미만을 담고 있었다. 감사하다는 것. 그것은 예사롭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대장은 가시를 다듬은 줄기 끝에 매달린 붉은 꽃을 보고 표정을 부드럽게 하였다. 알겠네. 그리고 대화는 끝이 났다.


 코왈스키는 방문을 닫았다. 포장지와 리본으로 정성스럽게 싸였던 다발은 장미 한 송이만큼의 빈틈을 내보이고 있었다. 어차피 이제 다발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꽃들이었다. 그는 리본을 풀고 싸여져 있던 종이를 펼쳤다. 눈앞에 장미가 쏟아졌다. 장미향이 진하게 풍겼고 그는 그 속에서 대장의 붉은 장밋빛 넥타이가 너무도 확실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넥타이 선을 타고 올라간 위에는 파란 눈동자가 있었다. , 어쩜······. 내가 어떤 꽃이든 의미를 두지 않고 드릴 수 있었다면. 책상 위에 흐드러진 장미 꽃잎이 꼭 하트를 닮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꽃잎 하나하나에는 그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젠 쏟아졌고 잘게 흩어졌다. 그렇게 로즈데이가 끝나갔다.






A single red rose is given to say thank you for being in life. A bunch of red roses is given to express true love without which one cannot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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