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왈스킵 정복

2017. 2. 13.

 거울 앞의 스키퍼는 눈이 뾰족했다. 이미 깔끔해 보이는 깃을 자꾸만 매만졌다. 와이셔츠 한 장이랑 뻣뻣하게 풀을 먹인 자켓은 다를 수 밖에 없겠지. 그는 옷장에서 거의 입지 않던 옷을 꺼내고 나서부터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매일 수트를 입지만 그와 비슷한 정복은 틀에 매여있기를 싫어하는 스키퍼에게 기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사실 기지에서 넥타이까지 매번 하고 계신 분이 할 생각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스키퍼가 그런 옷을 입게 한 것은 본부의 행사였다. 군의 높으신 분들도 참석하는 규모가 큰 행사라 정복을 입고 참여해야 하는 것이 규정이라는 코왈스키의 말을 듣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거울 속의 스키퍼는 가슴 언저리가 불편하다며 애꿎은 자켓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는지 보려 코왈스키가 방으로 들어왔다. 다 입으셨네요. 근데 불편해. 돌아서 주세요. 스키퍼는 코왈스키에게 옷매무새가 잘 보이도록 돌아섰다. 그의 눈이 커졌다. 물론 혼자서 옷을 잘 다듬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와이셔츠 한 장에 바지만 입고 있던 기지의 대장은 그가 처음 만났을 때의 당당하고 각 잡힌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옷이 인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사실로 판명난 지 오래였지만 그는 그게 정확하다고 믿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그의 대장은 자신이 믿지 않았던 가설도 사실로 판명나게 해 주었다. 코왈스키! 대장이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얼마의 시간동안 그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지 모른다. 코왈스키는 고개를 흔들고는 옷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확하게 입었지만 모포를 다는 것을 깜빡하신 것을 보았다. 모포는요? 아, 그거···. 그는 우물쭈물하며 주위를 돌아보다 옷장 속 상자에서 꺼내지도 않은 모포를 상자째로 들고 왔다. 이걸 왜 빼먹으신-아닙니다. 상자를 연 코왈스키는 뒤쪽에 달린 바늘 핀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스키퍼는 눈을 피하고 있었다. 


 "제가 달아드릴게요."


그는 바늘을 빼서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다시 한 쪽 뾰족한 끝을 옷 바깥으로 빼 냈다. 손으로 고정된 핀을 확인하고 자리를 잘 잡았다. 다 되었다고 말하려는 순간 코왈스키의 눈에는 눈을 꼭 감고 있는 스키퍼의 얼굴이 들어왔다. 손가락은 안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 끝이 달달 떨리는 것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아, 이건 좀 무리인데. 그의 이마 쪽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귓가에 목소리를 낮추어 단어를 꺼냈다. 끝났습니다. 그리고 입술은 그대로 그의 이마에 부딪혔다. 스키퍼는 눈을 떴다. 그의 정복은 완벽했다. 




'마펭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스스킵 당신의 절망을 바라는 나에게  (0) 2017.04.22
한스스킵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0) 2017.03.26
코왈스킵 터치  (0) 2017.02.11
코왈스킵 Hydrangea  (0) 2017.02.11
코왈스킵 해돋이  (0) 2017.02.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