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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왈스킵 폭발

2017. 6. 4.

 “제발 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결국 올라갔다. 그는 속으로 아차, 했으나 말을 물리기엔 뻔히 보이는 심한 부상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자 스키퍼는 표정을 바꾸며 팔짱을 꼈다.

 

나한테 왜 화를 내는 건가?”

화 안 냈습니다.”

그게 화낸 게 아니라고? 왜 소리를 지르는 건데?”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닙니다! 전 단지-”

아니야. 자네 의도가 어땠었는지 간에 나한테는 그게 화를 내는 걸로 받아들여졌네. 나도 이제 더 있으면 목소리 올라갈 것 같으니까 그만해.”

? 아니, 전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이 일도 저희 때문에 대장님께서 혼자 처리하겠다고 바꾸신 것에 대해서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한 것뿐이잖습니까!”

이것 봐, 또 목소리 올리지. 나한테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네. 이제 와서 바꿀 순 없어. 난 갈 거니까-”

대장님! 지금이라도 철회하면 되지 않-”

 

 코왈스키의 말은 스키퍼의 손에서 막혔다. 이런 종류의 실랑이는 결국 무력으로 끝나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코왈스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간 고개를 숙이며 다녀오시란 말만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스키퍼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곤 자켓을 손에 든 채로 소리를 내며 걸어 나갔다. 현관문은 꽝 소리를 내며 닫혔다. 스키퍼는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한 번씩 이렇게 만류와 독단이 부딪히는 싸움이 날 때마다 알 수 없는 미안함이 남곤 했다. 언제나 그의 부관을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하는 데에 쓰이는 그의 손은 쓰일 때마다 그에게도 후회를 남겼다. 하지만 네 명분의 위험은 혼자서 감수하는 것이 나았다. 사실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지, 돌아올 수는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가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선 이상 이 문제는 회피할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해서 코왈스키는 굉장히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키퍼는 부하들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항상.


 코왈스키는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던 것을 후회했다. 조금만 감정을 컨트롤했어도 이렇게 서로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 문제는 대장과 부관이라는 직책 사이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던 문제였다. 그것은 항상 대장만의 생각이었다. 네 명분의 부상은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훨씬 나은 처사라는 것. 리코와 프라이빗은 둘째 치고 당장 코왈스키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나마 이번 일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기에 그 이유가 타당해 보이는 것처럼-언제까지나 타당해 보이는 것처럼이었다-이야기가 끝났지만 그러지 않을 때에도 대장의 보호정신은 언제나 빛이 났다. 하지만 며칠 밤을 새고 돌아온 스키퍼는 항상 어딘가를 크게 다쳐 왔다. 뺨을 맞고서야 스키퍼는 보낼 수 있었던 코왈스키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왜 우리는, 왜 나는 저걸 막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되지 못할까. 그는 언제 다시 정상적인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며 팔에 고개를 묻었다. 그 전에 그가 새야할 밤이 며칠이나 될 지도 예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코왈스키는 첫 번째 밤을 샜다.


 그 후 나흘은 리코와의 신경전이었다. 항상 그랬듯이 리코는 이번에도 스키퍼가 없는 기지를 잘 버텨내지 못 했다. 어찌어찌 임무를 수행하고 오고, 본부의 일을 해 나가고 저녁이 다 되어 돌아오면 대원들은 다 힘이 빠져 있었다. 계속 불안감을 주체하지 못하던 리코의 엄지손톱은 조금만 더 있으면 피가 날 것처럼 보였다. 프라이빗은 붕대를 들고 왔지만 코왈스키는 고개를 저었다. 붕대는 리코에게 천조각밖에 더 되지 못하였다. 대장의 부재는 항상 예상만 해 오던 그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만을 더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결국 그 마지막 밤에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코왈스키는 또 목소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제발 그만 좀 해! 네가 그런다고 대장님이 지금 바로 오실 것 같아? 이것도 순간적인 폭발이었다. 리코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를 잡아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리코는 코왈스키에게 어떤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항상 이럴 때만 그는 리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옳은 소리만 하곤 했었다. 두 사람이 험악해지면서 프라이빗은 어쩔 줄 몰라하였다. 결국 리코와 프라이빗이 지쳐 소파에서 잠들고 나서 코왈스키는 커피를 마셨다. 철제 컵은 오늘도 먼지가 쌓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컵을 닦았다. 오늘 밤엔 오실 수 있을까.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는 오늘도 잠을 자지 않으면 내일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듯하였다. 결국 카페인은 그를 포기하였다. 코왈스키는 핸드폰을 쥐고 소파 옆의 의자에 주저앉듯 앉았다. 스키퍼한텐 머리까지 딱 들어가는 등받이가 그에게는 머리 하나만큼의 허공을 남겼다. 기지는 탁상의 램프를 제외하면 어두웠다. 오늘만큼은 돌아오셔야 할 대장님은 아직도 오시지 않았다. 코왈스키는 눈을 감았다. 언제쯤 이 기다림이 끝날 수 있을까. 내일은 본부에 가서 작전파일을 보아야겠다. 오늘도 언제쯤 정상적인 대화를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는 독단을 고집하는 스키퍼가 미워졌다. 하지만 그가 미워질수록 걱정도 커졌다. 이 감정은 또 언제쯤 폭발할까. 기다리는 것은 늘 힘들고 지쳤다. 그리고 때맞춰 울린 전화벨은 그 폭발의 도화선 역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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