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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거리-Prologue

2017. 8. 4.

<Prologue>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께 해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지나간 시간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시간(Δt)과 거리(Δs)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요.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제한에서 벗어나 있지만 정형화되지 않고 예상하거나 계산하여 추측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같은 소리를 가진 단어치고 참 많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길고 외로운 시간을, 멀고 먼 거리를 지나오고 나서 저는 ΔtΔs가 아닌, 시간time과 거리distance에 대하여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긍정적으로도 보이지만 부정적으로도 보입니다. 우선 모든 준비를 끝마쳐 이제 준비된 시간-정확히는 순간이지요-그 시간만이 오면 된다는 계획성을 나타내어 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붙들고 놓지 못할 희망이나 바람이 없기에 그저 시간이 흘러가면 어떻게든 자신의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체념해 버린 사람이 보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지고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집니다. 그러나 마음 속 한 구석에 있는 슬픔이나 그리움, 그리고 멀어진 사람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골이 깊어만 가지요.

제가 이야기하는 거리distance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뜻합니다. 이것만큼 씁쓸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남, 관계, 거리, 그리고 이별. 사람과 사람은 만나서 가까운 관계를 맺을 때, 즉 공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까운 관계에 있을 때 그들은 가깝게 지냅니다. 그들은 돌아다니며 서로가 좋아하는 장소에 함께 가고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그러다가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 후 달이 가고 해가 가 멀어지게 되면 거리가 생깁니다. Δt에 따른 Δs의 증가량 Δv보다 훨씬 깊고 안타까운 거리입니다. 서로 보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서로의 피부를 느끼지 못할 때 거리는 점점 멀어집니다. 그러다 애써 만든 관계를 끊어 버리고 이별을 고할 때도 있지요. 이렇게 감각에 의존하는 거리는 의문스러울 수 있겠지만 차가운 심장을 따뜻하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이것은 저의 경험담이고 저 자신의 슬픈 시간과 거리의 이야기입니다. 행복했고 사랑했던 나날들이 있었지만 그 다음에는 슬프고 깊은 시간과 먼 거리가 지나쳐 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에도 끝은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저는 저를 둘러싼 환경을 탓하였고, 제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원망하였고 그들에게 저주에 찬 말들을 퍼부었습니다. 그 시간이 지속된 것은 한 사람과의 관계에 거리가 깊게 생겨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서로 보지 못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서로의 피부를 느낄 수 없지만 저희의 거리는 각자의 시선 속에 상대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예전처럼 가깝습니다. 아니, 정신적으로는 더 성숙해진 관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몰랐고, 그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 저는 이 시간과 거리에 관한 두서없는 이야기를 제 옛 상관, 스키퍼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저의 시간과 거리는 이 분과 함께 움직여 왔으니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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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에  교류전한다고 준비하던 건데 프롤로그 다 쓰고 교정 보니까 음...무산...

시간과 거리는 무기한 동결중입니다  다시 쓸지 안쓸지 모름

에필로그는 스키퍼가 이야기하는 버전으로 쓸 계획이었는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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