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라벤님
생일 축하해요!! 님 제가 많이많이 사랑...해요...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요...사랑해요...(아련
심야에 영화관은 영화의 가격을 내리고 그만큼 먹을거리를 더 많이 팔아 내린 가격만큼의 수익을 창출한다. 그리고 특히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거나, 사람이 많이 없는 조용한 시간대에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아니면 심야 말고는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늦은 시각 영화관에 모여들었다. 스키퍼와 코왈스키는 맨 마지막 경우에 속하였다. 그들이 뒤쪽에 차고 있는 총에는 아직 피가 마르지 않았고 탄창은 뜨거웠지만 마음은 둘 다 가벼웠다. 오랜만에, 그것도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는 조용한 시간에 하는 데이트였으니까. 리코와 프라이빗은 이미 자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코왈스키는 특히 더, 밤을 샐 것처럼 보였지만 생각보다 허술했던 적들이 벌어준 이 시간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의 지갑 속에는 영화표가 고이 접어서 보관되어 있었고 오늘을 위해 긁을 수 있는 신용카드도 있었다. 게다가 영화표에 적힌 제목을 보면 최근 개봉한 영화 같은 가십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이 공포영화를 얼마나 잘 볼 수 있는지 생각할 것이다. 코왈스키는 이럴 때일수록 빛나는 자신의 안목에 속으로 한 번 찬사를 보내고는 스키퍼 옆에서 미소를 지었다.
“커피 드실거죠?”
“항상 그렇지 않나. 기지에서 타서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여기 영화관에 있는 카페는 커피 맛이 꽤 괜찮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이겠군.”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스키퍼의 커피와 자신이 마실 것을 계산하고는 뒤로 돌았다.
“팝콘도 드실 겁니까?”
“우리가 무슨 영화를 보지?”
“으음...공포 영화인데요.”
스키퍼의 얼굴에는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물론 태연한 척 하는 그의 습관이 그것을 쉽게 사라지게 만들었지만 눈치 빠른 코왈스키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서운 영화면...그냥 커피만 마시겠네.”
“알겠습니다.”
코왈스키는 음료를 찾으러 일어섰다. 그는 여자 직원이 황홀한 표정으로 건네는 쿠키 두 개도 잊지 않고 챙겨 왔다. 그는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는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스키퍼는 커피를 손에 들고 일어섰다. 발걸음에는 누가 쉽게 보지 못하는 초조함이 살짝 묻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광고를 보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살짝 드러나 있는 것을 코왈스키 같이 예민한 사람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키퍼는 코왈스키에게 몸을 기울이면서 속삭였다.
“그...많이 무서운가?”
“아뇨. 그렇게 잔인하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그런 건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그 말에 그는 조금 안심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손잡이에 올려져 있던 코왈스키의 손 위에 살며시 그의 손을 올려놓았다. 코왈스키는 두 번째로, 자신의 안목을 추앙하는 구절을 속으로 읊었다.
영화는 다른 모든 공포 영화처럼 어두운 스크린에 잘 보이지 않는 배경, 그리고 항상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호기심에 굴복한 젊은 사람들이 나오는 전형적인 영화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집에 들어간 애들이 잘못된 일을 했고, 집주인은 충분히 화가 날 만 했다는 것. 집주인이 눈이 먼 사람이어서 조용한 가운데 크게 울려퍼지는 작은 소리도 심장을 뛰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영화가 절반 쯤 지나가고 애들이 집주인과의 추격전에 들어갔을 때 코왈스키는 살짝 고개를 돌려 스키퍼를 바라보았다. 영화에 집중하던 스키퍼는 그가 돌아보는 흔적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리고 코왈스키는 거의 건드리지 않은 커피와, 과장을 반 섞어서 겁에 질린 토끼같은 눈을 보고는 벌써 세 번째로 자신의 계획에 절을 했다. 거기다가 그의 손은 아직 긴 손 위에 올라가 있었다. 손가락도 조금씩 손을 붙잡는 것처럼 구부러지고 있기도 하였다.
이제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자신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게 하는 일이었으면 더 좋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목표였으니까. 연인을 목적 달성하기에 이용한다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게 서로간의 연애인걸. 내심 기대하던 그는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건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야. 갑자기 하는 것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코왈스키는 아직 자신의 손 위에 올려 져 있는 스키퍼의 손을 힐끗 보고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영화에서는 이제 애들이 숨기를 멈춘 곳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집주인의 발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애들이 덜덜 떨면서 무서워하는 모습도. 집주인이 들고 있는 흉기가 끄는 소리가 조용한 영화 속의 소리, 숨소리까지 죽은 듯 한 영화관 안에 크게 울려 퍼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갑자기 집주인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되고 애들이 비명을 질렀다. 거기서 모든 영화관의 사람들이 허억 하고 놀란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스키퍼의 입에서도 그 소리는 튀어나왔고, 그는 차가운 코왈스키의 손을 꽉 쥐었다. 코왈스키 자신도 놀라 그는 다른 종류의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스키퍼의 체온이 그대로 느껴지는 자신의 손은 정말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아, 정말 내 선택은 탁월했어. 그는 네 번째로 찬양했다. 스키퍼는 코왈스키는 돌아보면서 눈은 놀란 눈에 입은 웃는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마치 지금 너무 놀랐다고, 좀 달래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코왈스키는 팔을 뻗었다. 팔에 커피가 걸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의 어깨를 껴안았다. 그리고 스키퍼는 생각보다 더 세게 코왈스키의 어깨를 껴안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는 생각했다. 이런 게 공포영화를 보는 맛이지. 정말, 사랑스럽다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스키퍼는 기지개를 펴며 나왔다. 그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다고 하더니 영화 속에는 있던 것에 대해서 코왈스키를 질책하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어서 코왈스키는 그것이 진심어린 질책이 아닌 어리광에 비슷한 종류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마음에 드셨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고, 스키퍼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삐딱한 투로 마음에 안 든다고 이야기했다. 코왈스키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마음에 들게 해 드려야겠네요. 그는 영화를 보면서 달아올라 있는 기분을 이용하기로 했다. 재빨리 대장의 입술 위에 자신의 고개를 숙이고 살짝 가져다 대고는 그대로 눈을 맞추었다. 둘 다 웃고 있는, 예쁜 눈이었다. 카페에서 일하던 여자 점원이 쟁반을 떨어뜨리고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코왈스키는 고개를 들고 이제 만족하셨냐고 물어보았다. 스키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팔 사이로 팔을 집어 넣어 팔짱을 끼었다.
바깥 날씨는 차가웠다. 이제 겨울이 온 것처럼, 그들은 아마 코트를 꺼내 입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은 아직 따뜻했다. 서로 걸은 팔짱에 붙어 있는 어깨가 서로에게 체온을 나누어 주고 있었으니까. 조금 만 더 차가웠으면 오늘은 눈이 왔을 거라고 코왈스키는 이야기했다. 스키퍼는 눈이 오는 날 영화를 예매해 놓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코왈스키는 그것에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심야에 보는 영화가 사랑스러운 이유를 깨달았으니까.
코왈스킵 심야에 하는 공포영화가 사랑스러운 이유
2017.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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