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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왈스킵 터치

2017. 2. 11.

To. 구누님




그림: 구누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문이 닫혔다. 코트 위에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눈이 섞인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바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추웠다. 코와 입 주위로 하얀 김이 퍼져 나왔다. 이런 날씨에 장갑을 챙겨가지 못한 두 사람의 손은 실내에 있던 사람이 만지면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뗄 만큼 차가웠다. 문을 닫는 소리에 소파에 앉아있던 그들의 대장은 고개를 돌렸다. 왔나? 그 말을 들은 리코는 신발을 벗어던지듯이 하며 스키퍼에게로 달려갔다. , 진정하라고 리코.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나? 대댱, 손 시려! 그는 코트도 벗어던지고 그에게 대뜸 손을 내밀었다. 스키퍼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에게 소파 옆자리를 내어 주었으나 리코가 걸터앉은 것은 그의 무릎이었다. 그 과정 또한 사전에 약속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얼굴을 대장의 가슴 가에 부비적거리며 볼살이 눌러 나올 만큼 얼굴을 깊게 파묻었다. 손은 이미 체온으로 따뜻해졌을 시간이 지났을 텐데도 계속 셔츠에 붙어 있었다. 스키퍼는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리코는 어느 정도 대장의 체온을 느끼고 나자 그와 눈을 맞추면서 입을 모았다. 뽀뽀를 할 때와 비슷한 그 입모양은 대장의 어깨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팔은 옆으로 뻗어갔다. 결국 손의 종착지는 셔츠 속이었다. 기지에 있을 때는 항상 단추를 몇 개씩 풀고 있어 앞섬이 풀어진 상태였던 셔츠는 손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손가락이 맨살에 닿자 살짝 움찔하며 스키퍼는 리코를 바라본다. 손 차가워. 리코는 배시시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따뜻해. 스키퍼는 팔을 밀어내던 손을 치우고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은 코왈스키를 신발도 벗지 못하고 현관에 멈춰 서 있게 만들었다. 그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대장이 그에게 잘 다녀왔냐는 인사말 정도를 해 주면 어느 정도 따뜻해졌을 것이다. 사실, 그의 손은 실내에 들어온 지 좀 되었지만 아직도 빨갛게 얼어 있었다. 바깥에서 똑같이 총을 쐈지만 그는 펜을 들고 점점 감각이 없어지는 손으로 다음 지시사항을 받아 적고 완료 보고서를 작성해야하기도 했다. 아니, 손이 더 시렵고 덜 시렵고의 문제를 떠나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생각이 번졌다. 애초에 왜 스키퍼 대장님은 리코한테 저렇게 관대하신 거지? 그는 신발을 벗고 손을 비비면서 방으로 향했다. 스키퍼는 그가 드디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 


코왈스키, 손이 빨갛잖아.”
바깥에서 서류를 써서요.”
장갑을 가져갔어야지!”
..잊어버렸습니다.”


 그는 그 상황에서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왔다. 책상 앞에 앉았다. 장갑을 챙겨갔어야지? 정말요? 정말 제게 하실 말씀이 그거밖에 없으세요? 리코 손이 셔츠 속으로 들어갔는데요? 과거의 일들이 되살아난다. 항상 저녁 때가 되면 리코와 프라이빗 사이에 껴 있는 스키퍼가 있었다. 소파에 코왈스키 자신과 같이 앉을 때에는 너무 가깝다 싶으면 옆으로 옮겨 가는 그였다. 자신이 직접적인 터치를 안 하고 몸을 안 부딪히려고 하기도 하지만 암묵적으로 그의 대장이 막는 것도 있었다. 아니 그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종의 규칙처럼 작용되는 것이었다. 서로 간에 필요하지 않은 터치는 삼갈 것. 코왈스키와 스키퍼 사이에서만 성립된다. 항상 그게 불만이었지만 무어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그는 다 큰 어른이 무릎에 앉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이상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직도 차가운 손에 얼굴을 묻었다. , 대체 왜 나에게만······.


 저녁 식사가 끝나고 리코와 프라이빗은 일찍 잠을 청하러 각자 방으로 들어간 참이었다. 남은 서류를 작성하던 코왈스키의 방문이 열렸다. 스키퍼는 눈을 빼꼼 내밀고 그를 불렀다. 바쁘나? . 서러운 감정이 담긴 마음은 목소리를 퉁명스럽게 만들었다. 말투도 마찬가지였다. 스키퍼는 그 대답을 신경 쓰지 않은 것인지 그 대답으로 인해 마음을 정한 것인지 그대로 들어와 코왈스키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고개 좀 돌려봐.”

할 거 많습니다.”
돌려보라고.”
지금 이것만 끝내고-”
얼른!”


코왈스키는 살짝 톤이 올라간 그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몸을 돌렸다. 스키퍼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말을 시작했다.


아까 들어와서 말이야.”
.”
왜 그렇게 기분이 별로였나?”
?”
기분이 왜 그렇게 별로였냐고. 손 시려운데 현관에 계속 서있고. 자네 표정 관리 좀 해. 너무 못마땅한 걸 티내는 거 아니야?”
아니, 그러면 달려가서 그렇게 부비적거리고 있는데 가만히 계십니까?”
손이 차가워서 그랬다잖아.”


제 손은요! 저는요! 걘 총만 쐈잖아요! 속에서 자아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코왈스키는 침을 한 번 삼키는 것으로 그것을 표출하지 않는 법을 오래 전에 배운 터였다.


그럼 무릎에 앉는 거랑 얼굴 비비는 건 그렇다고 치고 셔츠 속으로 손이 들어갔잖습니까!”
아직 애기잖아.”
애기면 다 그래도 됩니까? 아니 그리고 리코가 애기에요? 알 건 다 알텐데?”
왜 나한테 소리를 지르나? 진정해.”


스키퍼는 그를 의아하게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이거 봐, 리코랑 프라이빗은 아직 덜 컸다고. 몸만 다 큰 것처럼 보이지 속은 전혀 아니야. 아직 둘다 완전히 어른이 되려면 멀었어. 근데 자네는 다르잖아. 자네는 이미 어른이야. 홀로서기를 끝내고 걸어나왔다고. 더 이상 유년기에 발이 매여있지 않잖아. 생각해 봐, 나 아니면 누가 저 애들이 껴안고 비비는 것을 허락해 주겠나?”
“···그래도, 저도, 가끔,”
알아.”
아시는 분께서 그럼 그렇게 하십니까?”
내가 뭘 했다고?”
며칠 전에 소파에 앉아계셔서 옆에 앉으니까 제게서 멀리 자리를 옮기셨잖아요!”
, 그건 신문을 보려고 했는데 자네 얼굴을 가려버릴까 봐 그랬던 거지. 설마 그거 때문에 계속 화가 나 있었던 건가?”


사실이었다. 그는 자리를 옆으로 피하고 얼마 안 있어 신문을 집어들었고 그가 옆으로 비켜선 거리는 정확하게 스키퍼의 팔이 코왈스키의 얼굴을 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코왈스키는 확실히 자신이 그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요즘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놓쳤던 불편한 점도 찾았지만 작은 손이나 아담한 키의 실루엣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남모르게 미소를 지은 적도 많았다. 스키퍼는 코왈스키를 보면서 침대 옆 자리를 권했다. 그는 힘없이 일어나서 옆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여기 앉아 봐.”
?”
와서 앉아 봐.”


스키퍼는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무릎을 가리키며-정확히 리코가 앉은 자리와 같은 무릎이었다-그에게 장난스레 말을 했다. 코왈스키는 놀랐지만 피로에 지친 머리는 평소처럼 그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그건 정말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는 스키퍼의 무릎에 앉았다. 


자네가 더 가볍군.”
그렇겠죠. 다리 안 아프세요?”
그런 걸 먼저 걱정하는게 흠이라니까. 그래서 안 앉히는 거야. 그냥 좀 릴렉스하면 좋지 않나?”
목도 끌어안아도 되는 겁니까?”
, 오늘만이야.”


그는 팔로 스키퍼의 목을 감았다. 그의 체온이 옷깃 너머로 느껴졌다. 동맥의 규칙적인 맥박소리가 피부를 타고 전달되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따뜻하네요. 자네가 차가운 거야. 그의 아직도 차가운 손가락은 스키퍼의 등을 터치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감촉이었다. 자꾸 이렇게 앉아 있는다면 며칠동안 몇백 장의 서류가 쌓여도 피곤하지는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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