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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왈스킵 낙엽

2017. 10. 15.


 이 모든 것이 착각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내 감정에 눈이 가려져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과대하게 해석하려 노력한 끝에 나온 결과가 이런 것이 아닐까. 너무나 진부한 감정이라서 마냥 이럴 것이라고 급하게 결론을 내려 버린 것이 아닐까. 거울을 자꾸만 볼 때마다 보이는 눈의 색깔은 그를 닮아서 거울을 보기가 싫었다. 그 앞에는 마른 단풍나무 잎 네 장이 놓여 있었다.


 가을 공기가 속에서 기침을 일으킬 때 우리는 밤공기를 쐬러 나갔었다. 하늘은 드물게 맑았고 뉴욕에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센트럴 파크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고 우리는 풀숲에 누울 수 있었다. 나란히 누워서 반짝이는 것들을 헤아렸다. 그는 여섯 개의 별을 헤아리고 나는 열 개의 별의 이름을 읊었다. 내가 부른 이름들은 그가 찾은 별에게 하나하나 가 닿았다. 그는 짝을 맞추지 못 한 네 개의 별을 아쉬워했다. 나는 같은 하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이지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 눈에 띄지 않은 건 오래도록 생각날 겁니다. 그는 남은 네 개의 이름을 조용히 읊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단풍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하나, , , . 내 손가락 사이로 얇은 그것들을 집어 그의 손에 올려놓았다. 손가락을 하나씩 짚으면서 실제로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도 진부하게 그려지는 별의 모양을 닮은 단풍잎을 들어 그가 읊은 이름을 붙여 보았다. 그는 살풋 웃었다. 자네 의외로 감상적이군. 그는 손가락 끝으로 단풍잎 위에 별들을 그렸다. 그건 진부한 모양이었지만 그의 손가락 끝에서 그려진다는 점에서 더 이상 진부해 보이지 않았다.


 그 잎사귀는 주머니에 넣어져서 거울 앞에 놓아 두었다. 가끔 생각이 나면 네 개의 이름을 읊었다. 그가 찾지 못한 별들은 그의 머릿속에 아직도 남아 있을까. 오래도록 생각나고 있을까. 내가 이야기해 드렸던 그 이름들로 생각될까, 아니면 그저 잎사귀로 생각되고 있을까. 그 생각들 사이에 내가 들어가 있을까. 사실 하늘의 별의 이름과 단풍잎은 그때 내가 했던 말은 착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닮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별들이 붉은색일지, 아니면 정 반대로 푸른색일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거울 앞에 놓인 붉은색의 잎과 거울에 비치는 내 눈을 볼 때 마다 그 별들이 생각이 났다. 무슨 색으로 그가 착각을 하고 있든, 별은 별이니깐. 우리가 같이 보았던 것이고, 같은 하늘에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그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도 거울을 보고, 지나가다 떨어지는 단풍잎을 보면서 나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거울을 다시 볼 때 그를 닮은 눈동자의 색깔은 더 이상 싫지 않았다.


 나는 내 감정을 착각일 것이라고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것을 후회했다. 착각이라니, 이 감정이 나에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일까. 그것은 그의 손가락으로 그려지던 별만큼이나 진부하지 않았다



진단메이커: 1. 나란히 누워 밤하늘에 별을 헤아렸다너는 여섯 개의 별을 나는 열개의 별을 헤아렸다너는 보지 못한 네 개의 별을 아쉬워 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같은 하늘이었다.

 

                2. 거울진부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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