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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왈스킵 The Gift of the Magi

2017. 12. 25.

 

1달러 87센트. 1달러 87센트가 그가 지금 가진 돈의 전부였다. 코왈스키는 다시 지갑을 열어서 세 번 세어보았다. 아무리 세어보아도 1달러 87센트였다. 선물을 사려고 이때까지 이것저것 사야 할 일이 있을 때 가장 싼 것을 고르고 저녁거리를 사러 갔을 때는 값을 최대한 깎아서 모은 돈이었지만 그가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사는 데나 기지의 살림을 하는 데나 돈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언제나. 그리고 그 결과는 1달러 87센트였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였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을 사 주고 싶었지만, 그가 가진 1달러 87센트로는 아무것도 살 수가 없었다. 저녁을 위해 케이크를 하나 사기에도 부족한 돈이었다. 리코나 프라이빗은 이미 자신들이 가진 돈을 전부 가지고 디즈니랜드로 오늘 아침 일찍 떠나버린 참이었기 때문에 돈을 빌려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가 바깥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오는 센트럴 파크의 기지 안에 혼자 남아 할 수 있는 것은 침대에 엎드려 우는 일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코왈스키는 자신의 방을 둘러 보았다. 그에겐 팔 만 한 것도, 당장 돈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보석이나 시계와 같은 물건도 없었다. 눈물이 말라붙은 얼굴로 실험실에 들어가 보았다. 여기에도 역시 팔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누가 전문 업체에서 구할 수 있는 시약이나 약품, 실험 도구 같은 것들을 이미 여러 번 써 버린 과학자에게서 살까. 그러다 그의 눈은 렌즈가 망가져 방치해 둔 현미경에 가 닿았다. 먼지가 조금 쌓이긴 했지만 아주 깨끗한 상태였다. 그리고 뉴욕 어딘가에서 현미경을 사고팔 수 있는 가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그는 좋은 현미경을 갖고 싶었지만, 그 당시 재정 상황으로는 그곳을 들러 보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들른 적이 있었다. 거기서 200달러에 산 현미경은 가격보다 제 기능을 잘 했다. 그러다 렌즈가 망가져 버리고 그대로 책상 한 구석에서 방치해 둔 것이었다.

 

코왈스키의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파란 눈이 반짝였다. 비록 렌즈는 없지만, 유명한 브랜드의 것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산 가격의 절반은 할 터였다. 그는 부드러운 천으로 먼지를 닦았다. 그리고 서랍 속에 방치해 두었던 박스에서 원래 싸여 있던 비닐을 꺼내 현미경을 싸고 박스에 다시 집어 넣었다. 다시 그가 사올 때의 상태와 완전히 똑같아진 현미경은 그가 지금 돈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코왈스키는 항상 달의 끝에는 모자란 본부의 보수를 저주하면서 한 손에 박스를 들고 코트를 챙겼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가게 주인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한 끝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하나 받아들고 나올 수 있었다. 렌즈 가격이 저 현미경의 가격의 무려 절반이나 되었다. 그는 이제 본부에서 작전 수행을 갔다가 분석이 맡겨지는 것이 있다면 늘 본부의 좋지 않은 현미경을 사용해야 할 생각에 잠시 망설여졌지만 언젠가는 새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무작정 희망적인 생각을 하기로 했다. 가게를 나와 지폐 한 장이 늘어난 지갑을 들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 쇼윈도 사이로 크리스마스 트리와 전구, 그리고 리스 장식을 한 가게들 사이를 지나간다.

 

그의 연인에게는 반지가 하나 있었다. 장교라면 하나씩 가지고 있을 법한-물론 그의 계급도 장교였지만 그는 그런 것을 맞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관심도 없었다-그런 것이었다. 무려 24K 순금이었던 그것은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만했지만, 중간에 끼워져 있던 보석이 거친 일상에 치여 어쩌다 빠져 사라진 뒤로 그는 그것을 늘 자켓 안주머니에 넣고 다시는 끼지 않았다. 가끔 그것을 꺼내 보다가 쯧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집어 넣고 언제나 남 앞에서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코왈스키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아쉬웠고, 그의 연인이 그 반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그들은 아직 반지를 맞추지 않는 사이였으므로 크리스마스 선물 겸 그것 대신이라고 말을 꺼낼 수도 있을 예정이었다. 그는 크리스마스 기념 할인을 한다고 크게 붉은 색과 초록색의 종이로 써 붙여 놓은 보석상에 들어간다. 유명한 곳이었던 만큼 오늘만큼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즉시 컷팅을 해 준다고 점원이 상냥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대위가 무슨 색깔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초록색이었지, 아마. 크로뮴이 섞인 환형규산염 광물·······. 이게 아니라. 그는 이름표에 붙여진 보석의 이름을 보았다. 에메랄드. 다행히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할인을 해서 150달러짜리였던 것이 101달러였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컷팅까지 부탁을 했다. 반지의 종류를 이야기해 주고, 바로 가져다 끼우면 되도록 부탁드린다고까지 했다. 세공사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검은색 공단 상자에 담긴 보석과 87센트만이 남은 지갑이 동시에 생겼지만 그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그의 연인도 반지를 자랑스럽게 꺼내 보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그의 얼굴을 생각하자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코왈스키는 얼른 기지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면 연인이 돌아올 터였다.

 

그는 지금쯤 디즈니랜드에서 열심히 프라이빗과 놀고 있을 리코 대신 불을 썼다. 냉장고에 있던 청어를 꺼내 간단하게 요리를 했다. 식탁을 다 차리고 아로마 향이 나는 향초까지 켜 보았다. 코왈스키는 갑자기 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연말까지 올릴 보고서에 아마 현미경 사진을 첨부해야 할 텐데. 그는 내일 모레부터는 어쩔 수 없이 또 본부에서 밤을 새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였고, 그는 연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스키퍼는 기지로 다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날까지 불러대는 것은 어떤 외로운 높으신 분의 심술이었을지를 오후 내내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괜히 짜증이 났지만, 훈훈한 공기가 퍼지는 기지로 다시 돌아오자 그의 연인을 생각하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 향도 어렴풋이 퍼져오고 있었다. 코왈스키는 그를 맞으러 뛰어나간다.

 

대장님!”

하루종일 기지에서 뭐 하고 있었나? 심심했을 것 같은데.”

오늘이 크리스마스인데 제가 심심하면 되겠습니까.”

 

스키퍼는 코트를 벗으려다 문이 열려 있는 코왈스키의 실험실을 본다. 분명히 저 책상 한 구석에 그, 현미경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는 불안한 예감에 코왈스키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자네 실험실 말이야, 저 구석에 현미경 같은 게 있지 않았나?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코왈스키는 스키퍼의 얼굴에 이상한 기운이 감든 것을 본다. 그것은 불안함과 의문스러움 같았지만 그 중 무엇도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잠시 생각을 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팔았습니다.”

현미경을?”

. 제가 그거를 샀던 데에서 매입도 하더라구요.”

그걸 팔았다고?”

신경 쓰지 마세요. 나중에 언젠가는 살 기회가 있을 겁니다.”

아니, 그런데 자네 그거 꼭 가지고 싶었던 거 아닌가.”

 

코왈스키는 살짝 웃었다.

 

선물을 사 드리고 싶어서 그랬어요. 근데 저한테는 1달러 87센트밖에 돈이 없었습니다. 그걸로는 케이크도 하나 못 사죠. 그래서, 그래서 팔았습니다.”

, 코왈스키······.”

 

스키퍼는 불안한 예감이 맞아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그는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았다. 코왈스키는 그런 그를 보고도 뒤에 나올 말을 예상하지 못했다.

 

난 자네가 그걸 팔았다고 해서 뭐라고 하려는 것이 아니네. 그런데 말이야, 내 선물을 본다면 자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을걸.”

 

스키퍼는 자켓 안주머니 안에서 무언가 포장된 것을 꺼낸다. 코왈스키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서 포장되어 있는 끈을 푼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을 때, 그는 다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가 필요했던 렌즈, 그것도 아주 좋은 것이, 들어있었다.

 

세상에, 대장님······.”

아쉽군. 난 자네가 그게 젤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아닙니다. 현미경은 곧 살 수 있을 거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 제 선물을 아직 안 보셨죠.”

 

코왈스키는 그 또한 식탁의 포인세티아 잎 속에 숨기고 있던 공단 상자를 가져왔다. Merry Christmas, Skipper.라고 정갈한 필체로 쓰여진 포스트잇 또한 그대로였다. 스키퍼는 상자를 열었다. 잘 세공된 에메랄드가 초록색 빛을 내뿜고 있었다.

 

대장님 반지, 그거에 바로 끼우면 되도록 해 달라고 했습니다. 항상 보석이 빠져서 아까워 하셨잖아요. 저희 아직 반지를 맞추진 않았지만, 이것이 제 크리스마스 선물 겸 반지라고 생각해 주세요.”

 

스키퍼는 빨개지는 귀 끝을 그의 연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도록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코왈스키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저 웃음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무슨 일이지.

 

이런, 우리 일단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은 치워 두고, 저녁 식사나 하지. 이건 지금 우리 둘에게는 다 너무 과분하네.”

? 하지만,”

나는 말이야, 자네가 내 선물을 사려고 현미경을 판 것처럼 자네 선물을 사려고 그 반지 대를 팔았네. 이래 봐도 24K 순금이라서 많이 받았지.”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없어진 선물을 치워 두고 웃으면서 저녁을 먹으러 앉았다. 크리스마스 저녁이 깊어가고 있었다.

 

 

Love and large-hearted giving, when added together, can leave deep marks. It is never easy to cover these marks, dear friends-never easy.

-O Henry, <The Gift of the Magi> 


오 헨리의 단편 <The Gift of the Magi>(한국 소개 제목: 크리스마스 선물) 오마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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