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중요하다는 말이 여러 부서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던 작전은 오늘이 지나면 끝이 날 터였다. 코왈스키는 작전 사항이 문자와 종이에 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여태까지 참고하려 늘어놓았던 파일들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작전부 사무실은 너저분한 서류들만 남긴 채 텅 비어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그 현장에 갔거나 지원 차량 안에서 화면을 보며 마음을 졸이고 있을 터였다. 한편,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들을 보통 처리하는 그는 현장에 불려 가는 일이 거의 없었고, 그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으므로 몇 달 동안 긴장감이 맴돌던 사무실 안을 정리하는 것이 오늘의 할 일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잠깐 눈이라도 붙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파일 더미를 상자 옆으로 들고 왔을 때 쯤, 누군가 큰 소리를 내며 뛰어 오더니 사무실의 문이 쾅 열렸다. 의무반에서 사람이 올라오는 일은 꽤 자주 있었지만 커다란 소리가 나는 일은 드물었다. 코왈스키는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피가 묻어 있는 가운을 그대로 입고 있는 의무반의 상병은 텅 빈 사무실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한 눈빛으로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정확히는 가운을 쳐다보는 장교와 눈이 마주쳤다. 숨을 몰아쉬며 경례를 하자 코왈스키는 손을 내저었다.
“준위님, 그, 지금 아무도 안 계십니까?”
“오늘 그 작전 수행하러 전부 가셨는데. 무슨 일 있어요?”
“이런, 어쩌지······. 큰 일 났네.”
난감한 상황에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던 상병은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잠깐 시선을 멈추었다. 작전부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에겐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지도에 동선을 표시하는 것 외에도 응급처치에 능숙하다는 것이었다. 누가 보면 작전부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사항이 응급처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손이 심히 부족했고, 누구든 할 줄만 안다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저, 정말 실례지만, 혹시 응급처치 교육 이수하셨습니까?”
“교육? 그건 필수잖아요.”
“그럼 응급처치도 하실 줄 아십니까? 아실 것 같긴 합니다만.”
“할 줄 알긴 한데······.”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부상이 좀 심한 분이 계신데, 앰뷸런스가 방금 떠난 데다가 손이 많이 부족해서 그럽니다!”
“뭐라고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그 모든 일을 꽤 잘 해 내는 사람에게는 항상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손을 끌어다 쓰는 데에 희생양이 되는 법이었다. 코왈스키는 저도 모르는 새에 사람이 밀어닥치는 의무실에 끌려 왔다. 저쪽에서 붕대를 감던 군의관은 그를 보더니 왜인지 모르게 얼굴이 펴졌다. 좀 부탁드립니다! 상병은 저쪽 침대로 코왈스키의 손을 잡아끌었다. 커튼을 들추자 보이는 모습은 코왈스키가 이 당황스러운 일의 원인을 알 만하게 해 주었다. 그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세상에! 스키퍼 중위님 아니에요?”
“좀 심하게 다치셨는데 지금 손이 없어서 그럽니다. 구급상자랑 가운 여기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코왈스키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되었지만, 우선 뭔가를 해야 하긴 한다는 것까진 파악을 했다. 피가 배어나오는 셔츠를 걷자 어깨 쪽에 생긴 총상이 있었다. 사입구와 사출구의 위치를 비교해 살펴보고, 총알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다행히 총알이 몸속에 남아 있지 않았고 중요 부위는 비껴 가 지혈과 소독만 잘 하면 병원에 가기 전까지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 듯 했다. 그는 아주 오랜만에 가운을 다시 입고 장갑을 꼈다. 주위에 발사 잔여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꽤 가까이에서 발사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피가 많이 난 후라 총알의 납 성분은 충분히 빠져나왔을 것이었다. 지혈을 충분히 하고, 과산화수소수로 소독을 깨끗이 한 다음에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 나서 셔츠에 묻은 피를 어느 정도 닦았다. 그러나 섣불리 옷을 덮을 수는 없었다.
그는 생각을 주로 머릿속에서 했고, 가설을 세운 다음 그것을 확인하는 일에 익숙했기 때문에 가설보다 실재를 먼저 맞닥뜨리는 것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어쩌다 그가 응급처치를 하게 된 저 유명한 상관은 왜 그 자신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돌아와도 그가 나간 임무는 성공으로 끝나는지에 대한 답이 그 자신인 듯 했다. 키가 그리 큰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작지도 않았다. 보여주기 위한 종류가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부분만 잘 발달되어 있었으며, 그것은 곧 이 일을 해 온 시간을 대변해 주기도 했다. 목부터 어깨까지의 선과, 그 아래 상체의 근육은 누구든 시선을 한참동안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코왈스키 또한 아무런 말 없이 계속 눈을 떼지 않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누가 볼세라 셔츠를 덮었다. 언젠가 현장에 나가게 된다면, 말과 글로 된 지시사항을 이런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수행하는지 관찰해 보고 싶은 생각이 함께 들었다. 언젠가는. 앰뷸런스는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하필 이런 날 길이 막히는지 오지 않았다. 코왈스키는 그때까지 잠시만 쉬기로 했다. 그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는 지난 사흘 동안 밤을 샜다는 사실이었다.
-
스키퍼는 쇄골이 어깨를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튕겨 나오듯이 일어났다. 우선 그가 누워 있던 곳은 그가 쓰러졌던 곳이 아니었다. 물론 저승 또한 아니었다. 아무리 군에서 살고 군에서 죽는다 해도 그의 저승에 아주 익숙한 본부의 천장 타일과 의무실의 파란색 커튼이 똑같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리고 왼쪽을 돌아 봤을 때, 그는 처음 보는 얼굴을 발견했다. 어느새 이른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낮 햇살에 묻혀 따스하게 바뀐 후였다. 그리고 그의 응급처치를 한 것으로 보이는-손에 붕대가 들려 있는 채였다.-누군가가 옆에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고 손이 매끄러운 게 누가 봐도 실내에서 종이와 펜을 들고 있던 횟수가 현장에서 총을 쏴 본 횟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리는 듯 했다. 자신이 여기에 온 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지 그는 턱을 괸 채 햇살에 졸고 있었다. 스키퍼는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얼굴이 많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직 가운이 걸쳐진 어깨에 손을 살짝 대자 졸고 있던 사람을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킨다. 눈을 깜빡이다가 스키퍼 그의 얼굴을 보고 다행이라는 표정이 무표정해 보이던 얼굴에 생긴다.
“깨어나셨군요! 다행입니다. 총알이 쇄골이나 쇄골하동맥, 쇄골하정맥을 건드리지 않았고 깔끔하게 빠져나갔기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중환자실에 계셨을 겁니다. 우선 응급처치를 하긴 했는데 안에 납 성분이 남아 있다면 주변 조직이 괴사할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뭐라고? 아니, 아무튼 알겠네. 자네 이름이 뭔가?”
“코왈스키입니다.”
“계급이 어떻게 되지?”
“준위입니다.”
“준위라고? 정말? 실력이 대단한가 보군.”
“과찬이십니다.”
“소속은?”
“작전부입니다.”
“그럴 줄 알았지.”
담요를 정리하고 자리를 뜨려는 스키퍼를 보며 코왈스키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아직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임시방편으로 치료를 하긴 했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병원에 가셔야······!”
“아, 그래. 치료는 고맙군.”
물론 스키퍼에겐 오늘 처음 본 아랫사람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코왈스키는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훗날 그는 그의 대장이 될 사람과의 첫 만남이 아주 이상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내 취향대로 넣어서 푼 코왈스킵 첫만남 날조썰 바탕으로 쓴 것ㅋㅋㅋㅋ나중에 더 다듬지 않을까...?
썰 들어주신 껨님 감사합니다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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